2008. 3. 3. 15:11ㆍ소식전해요
[크로스미디어] '中-北 국경 인신매매' 현장취재
검은 두만강을 벌거벗은 사람들이 건넌다. 한 사람은 인신매매 브로커, 한 사람은 팔려가는 북한여자다. 2007년10월22일 밤, 취재팀 눈앞에서 북한의 여성이 중국으로 팔려가고 있었다. 적외선 렌즈로 찍어 전체적으로 화질이 좋지 않다. /정인택PD rjs0246@chosun.com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 두만강. 2007년 10월 22일 새벽, 하얗게 뜬 달빛을 받으며 문윤희(당시 25세·가명)씨가 강을 넘었다. 낯선 사내 손에 이끌려, 폭 40m도 되지 않는 검푸른 강을 건넌다. 그녀는 팔려가는 길이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중국 농촌 노총각한테 씨받이로 팔려가는 길이다. 사내는 북한의 인신매매 브로커. 매서운 강바람에 갈대가 비명을 지르는데 중국쪽 강둑에 올라 선 그들, 아랫도리에 입고 있는 옷은 팬티뿐이다. 바지와 신발은 보자기에 들어 있다. 야밤에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강 건넌 탈북자임이 금방 드러난다. 두만강을 건너는 사람들, 그래서 아랫도리는 입지 않는다. 브로커는 강을 건너 북한으로 돌아갔고, 은신처로 안내된 그녀에게 물었다. "왜 넘어왔어요?" 윤희씨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미공급(未供給·1990년대 후반 식량난 시절) 때 상(喪)하고, 어머니는 못 먹어서 앞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꿔다먹은 '강냉이, 콩, 쌀' 같은 곡식 빚이 300㎏이라고 했다. 심청이처럼, 눈 먼 어머니와 남동생을 위해 그녀가 팔려간다. 브로커는 몸값으로 곡식 빚 절반을 갚아줬다. 350위안. 한국 돈 4만6000원에 '조선의 딸들'이 팔려간다. 중국~북한 국경지대 인신매매 현장이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에 의해 확인됐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의 식량난 이후 급증한 탈북 사태(沙汰)가 인신매매라는 반(反)인권적인 형식으로 악화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특별취재팀은 2007년 5월부터 10개월 동안 중국, 러시아, 라오스, 태국 등 세계 9개국을 돌아다니며 탈북자들의 삶을 취재했다. 한국, 북한, 그리고 중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이들은 강제북송의 공포와 가난이라는 현실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중국 정부에 탈북자의 인권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왜 세계가 그토록 탈북자들의 인권에 주목하는지, 그 이유를 조선일보가 집중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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