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1. 13:52ㆍ소식전해요
"눈도 시리고 팔꿈치도 아파 의사선생님 만나러 나왔어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한국 땅을 찾았는데 좀 아쉽네요."
한국에 시집온 필리핀인 엘시 비(42)씨는 지난 세월이 서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7년 째 친정에 못 간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잠시 후 비씨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평소 앓던 병을 정선껏 진료해주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씨와 함께 온 동생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국제의료NGO 샘복지재단(대표 박세록)은 서울아산병원, 엘앤씨산부인과, 헤리티지너싱홈 의료진과 공동으로 20일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국제외국인센터 등에서 '제4회 사랑의 왕진버스 in Korea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오후 1시 의료봉사 현장은 1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 환자들로 가득 찼다. 의사 2명, 간호사 3명, 임상병리사, 방사선 촬영기사 2명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은 전공 분야별로 이들을 진료하고 약을 토여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관절, 당뇨, 고혈압, 위장병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와는 별로도 이화여대 음대생과 뷰티풀마인드체리티 20여 명의 회원들이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첼로 4중주 및 관악기 연주를 들려주면서 위로와 격려의 말도 전했다.
김록권 헤리티지너싱홈(57. 덕수교회 장로) 의사는 "취업이나 국제결혼 등으로 이 땅에 온 이들의 딱한 사연을 들으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형태(67) 서울 아산병원 의사는 "이들을 치료하며 내 힘이 모자라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메이크업아티스트 김청경(50) 소망교회 집사도 "정부와 국민, 특히 크리스천들이 이 땅에 온 이방인들의 인권과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랑의 왕진버스' 사역은 2006년 이래 샘복지재단이 운영 중인 중국 단둥복지병원의 인근 마을에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진행돼 온 의료방문 서비스다. 지난해 5월부터 국내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와 새터민 등 소외 이웃들을 위해 왕진버스 사역이 시작됐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통해 무료로 대여받은 이동 진료버스 안에는 치과, 산부인과 등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간호사를 이끌고 온 서울아산병원 윤세민(30) 간호사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의료기술을 통해 소외 이웃을 도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지속적으로 이분들을 돌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lovebag.org 02-521-7366)
하남=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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