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복지재단 3+4월 소식지] 왕진가방 속 편지

2008. 3. 21. 11:40뉴스레터

 

땅 밟기의

축복과 소망

 

 

평생 하기 싫어하던 조깅을 이곳에 와서 시작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냥 '땅 밟기'라 부르고 있습니다. 압록강변을 30여 분간 걸으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느끼고 하는 일들이 어느덧 빠질 수 없는 일과가 되었습니다.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이웃을 사랑하고 나눔으로 얻게 되는 하나님의 축복의 원리를 체험합니다.


땅 밟기를 하며 바라보는 강 건너의 북한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변화 없는 것 같은 그곳도 미미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됩니다. 예전에는 여인네들이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 일색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졌는지 색깔 있는 한복을 입고 동원되어 지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외부지원이 완화되어 숨통이 트인 걸까요.


수없이 동원되는 모습을 보면서 계절의 흐름도 감지하는 지혜를 터득합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생일, 노동당 창건일, 인민공화국 창건일, 인민군 창건일…… 매달 있는 수많은 동원이 힘들지도 않은지 꾸준하게 움직입니다. 군기를 앞세운 군대의 행렬도 횟수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2km의 강 제방공사도 2년여의 인력 동원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부족한 시멘트를 중국에서 도움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공사가 지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생과 일반인 가리지 않고 일 년에 걸친 인력 동원으로 만들어진 수영장 겸 스케이트장도 큰 변화의 하나입니다. 간혹 눈에 띄는 차량 통행도 조금은 여유로워진 듯 보이고 바삐 움직이는 아침 출근 행렬도 점점 많아짐은 좋은 징조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중국으로 몰래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도강하는 주민들이 겨울 눈 덮인 강 위에 수없이 남긴 발자국을 보면 북한의 식량 부족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이 자국 내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북한으로 수출되는 식량을 제한한다더니 그 영향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올 겨울에도 먹을 것이 부족해 강을 건너는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질 듯해 가슴이 아픕니다.


돈과 식량을 얻기 위해 얼음을 깨고 빨래를 가장한 밀무역을 하는 아낙네들과 아낙네들을 돕는 조선족 청년들,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북한 초소병들과의 싸움은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잘 먹지 못해 깡마른 초소병들이지만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일인지라 밀무역을 잡기 위한 행동은 날렵하기 그지없어 불쌍한 이웃을 돕던 조선족 청년들이 봉변을 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똑같은 동포이건만 서로 다른 입장으로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살벌하게 싸우는 이들을 보니 마음이 찢어질 듯합니다. 언제나 조국이 통일되어 이 같은 아픔에서 해방되어 한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같은 사랑으로 하나님을 전하며 찬양하고 예배드릴 수 있을지... 하나님께 간절히 소원하며 속한 회복을 기도합니다.

 

2008년 2월 샘복지재단 중국본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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