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명 지키는 마지막 희망(08/06/21, 기독공보)

2008. 7. 21. 11:30소식전해요

 

그들의 생명 지키는 마지막 희망

붉은 십자가 단 '사랑의 왕진 가방'


글_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가사도구가 널부러져 있는 시멘트 방. 얇은 담요 위에 갓 태어난 아기와 출산 후 먹을 거리가 없어 배를 곯고 있는 산모가 누워있다. 거리에는 네 다섯살 정되 돼보이는 아기의 형이 검은 봉지를 들고 다니며 배회하고 있다. 배고픔을 참다 못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 시장 구석구석을 뒤진다. 그렇게 헤집다 보면 운이 좋은 날에는 어느 부유한 가정의 어린이가 먹다 버렸을 법한 빵조각이나 국수가락을 구할 수 있다.

 

그나마 잘 곳이라도 있는 이 어린이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편이다. 북측 소식통에 의하면 일명 '꽃제비'라 불리는, 일정한 주거도 없이 떠도는 어린이들이 북한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임산부의 영양 결핌으로 신생아들은 각종 장애를 갖고 기형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북한 전역에 5천개 이상의 진료소가 있지만 처방전을 떼어 가도 약을 구할 수가 없어 가벼운 질병으로도 쉽게 사망한다.  이 모든 것이 영화 스토리가 아닌 현재 북한의 실상이다.

 

하지만 '한 핏줄' 인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해 북측의 거절로 지원이 어렵게 된 이 상황에서도 "그래도 가야만 한다"고 외치는 기독교 NGO가 있다.

"전세게 중에서 가장 혜택을 못 받는 곳이 북한이고, 그중에서도 시급히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산모와 어린이들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필요를 우리가 파악하고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굶주리고 아팠을 때 너희는 뭘했냐'고 물었을 때 '우리가 옥수수와 약이라도 보냈노라'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2004년부터 북한 내 진료소에 '사랑의 왕진가방'을 전달하고 있는 샘복지재단(대표: 박세록)의 한국본부장 이만순 장로(서울영동교회). 그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북한의 어린이들이 아프리카 기아들보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로는 "우리가 너희와 한 형제이고 너희를 잊지 않고 돕고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인 관심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측의 식량 지원만 수락한 상태여서 국내에서는 지원이 잠정 중단된 줄 알지만, 실상 대북 NGO들의 협력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물론 예전보다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샘복지재단의 경우 작년 12월 평양 선교구역 대흥동에 건립한 '샘 사랑 평양제약공장'을 통해 북한 임산부와 어린이들에게 비타민, 항셍제를 보급하고 있다.

 

또한 40x30cm 크기의 붉은 십자가 마크가 찍혀 있는 검은색 왕진가방을 북한 전역에 위치한 5천여 개의 진료소에 매년 2개씩 총 1만 개를 전달한다. 오는 7월부터도 '사랑의 왕진가방' 1만 개를 포장하는 일명 '선사인(선한 사마리아인)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포장하는 기간만도 한달여간 걸리는 대 프로젝트다. 가방 안에는 진통해열제, 혈압약, 청진기, 혈압계 등 기본 의약품 및 의료기기가 담겨 있다. 이렇게 지원되는 왕진가방은 북한 보건성을 통해 공급되는데, 보건성에서는 "시기적절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단다.

 

대외사업팀 임구형 간사는 "대북사업은 신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특히 왕진가방에 대해서는 북측에서 '어떻게 우리들의 필요를 그렇게 잘 아느냐'며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동안 변함없이 이어온 지원의 손길은 국가 간의 헤게모니 싸움 속에서도 사랑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이밖에도 압록강과 두만강 인근 지역인 단동, 집안, 장백에 복지병원 및 진료소를 설치해 중국동포와 진료차 합법적으로 건너온 북한주민들을 위한 의료진료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의료시설이 전무한 오지의 중국동포들을 위해서는 오는 7월부터 X-ray 등 의료시설이 탑재된 '사랑의 왕진버스'를 가동한다.

 

샘복지재단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 증세를 직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플럼피넛(Plumpy nut)'을 제공할 예정이다. 획기적인 영양실조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플럼피넛'은 지난 1999년 프랑스 과학자 앙드레 브랑(Andre Briend)에 의해 처음 이름 붙여진 뒤 2000년에는 미국 의사 마크 매너리(Mark Manary)에 의해 '프로젝트 피넛 버터' 운동이 일기도 했다.

 

땅콩버터와 맛과 생김새가 비슷한 '플럼피넛'은 땅콩, 분유, 미네랄, 비타민으로 만들어진다. 4주만 섭취하면 영양실조를 치료할 수 있고 하루분이 우리나라 돈으로 천원으로 저렴하기까지 하다. 샘복지재단에서는 북한 사정을 고려해 '플럼피넛'을 만드는 원료에 항생제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NGO 중에서는 유니세프가 직접 만들어 기아 현상이 심각한 나라에 보급중이며 월드비전이 이를 구입해 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샘복지재단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북한 어린이들에게 본격적인 보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굶주리고 아픈 북한, 하지만 그 속에는 '그래도 가야만 한다'며 형제애를 나누는 이들 NGO의 사무친 몸부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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