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3. 16:44ㆍ뉴스레터
너희도
하나님이
사랑하신단다
"십자가 있는 곳에 가면 너희를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꼭 기억해라. 하나님이 계시고 예수님이 계신 것을. 그 하나님이 너희들도 사랑하신단다."
그 아이들의 몰골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겨울 내내 씻은 흔적은 없고 갈아입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 네 명의 사내아이들이 내 앞에 있었다. 이럴 수가! 그래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얼어붙은 강을 건너 이 낯선 곳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을 주워 먹으며 연명하였다 한다. 보다 못해 교회 자매가 데려와서 따뜻한 밥에 장국을 지어 먹이고 큰 점퍼를 입히고 장갑 양말도 새 것으로 갈아 입히니 너무도 좋아하며 입을 닫을 줄 모른다.
25kg들이 쌀을 둘로 나누어 네 명의 등짝에 지워주니 힘겨워 하면서도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가지고 갈 수 있니?"
"문제 없습네다."
연신 입을 다물 줄 모르며 작은 녀석들이 조잘거린다. 한 아이는 그 먼 강원도에서까지 왔는데 할머니와 함께 살며 나머지 세 명은 보호자 없이 길거리에서 아무데서나 잠을 잔다고 한다. 집에서 자는 놈이나 길거리에서 자는 놈이나 똑같이 시장 바닥에서 훔쳐먹고 산단다. 그래도 노인 것은 훔치지 않는다 한다. 아줌마나 젊은 처녀들 것만 훔친다고 한다. 일말의 양심은 있는 것 같다.
중국 돈을 약간씩 쥐어주면서 당부의 말을 건넸다.
"건너가서 바꿔라. 그리고 조심해라. 하나님이 너희들을 사랑하셔서 이곳에 보내주신 것이다. 잊지 마라. 여기가 어딘지 아니?"
"예, 십자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 십자가 있는 곳에 가면 너희를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꼭 기억해라. 하나님이 계시고 예수님이 계신 것을. 그 하나님이 너희들도 사랑하신단다."
그러면서 그들이 쌀자루를 짊어지고 강둑을 따라 걸어가고 우리는 뚝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을 나눈다.
"조심해라."
"고맙소이. 잘 계시라요."
애틋한 여운을 남기며 강변을 따라 500m 정도 걸어가서 중간의 섬 있는 곳을 택하여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가슴이 왜 이리도 아플까? 슬프기 그지없다. 왜 저들이 저렇게 버림을 받아야만 하는가? 누구 때문에? 동평양 극장에서의 뉴욕 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면서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과 네 명의 사내아이들의 몰골이 자꾸 겹쳐진다.
2008년 3월 두만강 상류에서 H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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