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1. 11:02ㆍ뉴스레터
단동에서 크는 사랑
물은 저 흐르고 싶은대로 물고기는 저 마음대로 새는 저 하늘을 마음껏 나는데
국가가 뭔지 이념이 뭔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을 이렇게 묶어 놓는가 라는
탄식 섞인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지난 8월 선사인 프로젝트 2차팀으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50세 넘은 중년까지 25명의 하동지역 교회연합 봉사팀이 중국 땅으로 향했다. 여행용 가방에는 그동안 여러 교회로부터 후원 받았던 속옷, 학용품, 화장품 등을 나눠 담았다. 6시간의 버스, 16시간의 배, 그리고 1시간의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북한 신의주와 경계를 두고 있는 중국의 가장 동쪽이라는 뜻의 단동이었다. 지금은 중국에 속해 있지만 엄연히 이 땅은 서간도라는 지역으로 우리나라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곳이었다.
25명의 자원봉사팀이 하는 일은 샘복지재단을 통해서 북한전역 5,000곳의 보건소에 보내는 왕진가방을 포장하는 작업이다. 왕진가방에는 기본적인 상비약이 들어가는데 타이레놀, 반창고, 과산화수소 같은 아주 기초적인 약품들이다. 우리에게는 가정 상비약도 안 되는 약들이 그들에게는 생명과도 같다는 말에 모두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4박5일 일정 중 꼬박 3일은 약품을 포장하는 단순 반복 작업으로 시간을 보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냄새나는 숙소와 야간의 불침번까지 좋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어린아이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어진 하루 반나절의 비전트립..
사회책에도 나오는 압록강의 수풍댐을 가로지르는 선상에서 바라본 북한은 그들의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산꼭대기까지 옥수수가 심겨져 언뜻보아 우리나라의 푸른 초원의 목장같은 북한의 산에는 나무라고는 없고, 도저히 빈 몸으로도 올라가기 어려운 낭떠러지 한 뼘 같은 땅에도 빼곡히 심겨진 옥수수를 보니 북한의 식량사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족히 50년은 넘었을 것 같은 공장 건물들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기괴한 모습이었고 강가에서 표정없이 물고기를 잡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 눈시울을 적실 수 밖에 없었다.
단동복지병원에서 사역하시는 선생님의 발처럼 물은 저 흐르고 싶은대로.. 물고기는 저 마음대로.. 새는 저 하늘을 마음껏 나는데.. 국가가 뭔지 이념이 뭔지 우리 민족을 이렇게 묶어 놓는가라는 탄식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이 지구 상에 단 하나
같은 말을 쓰는,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는 우리 동포
하동이라는 시골에서 부유하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과 손으로 민족의 아픔을 나눌 수 있다면 하동이 결코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선사인 프로젝트 2차 참가자 조철수(하동축협 신용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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