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6. 10:40ㆍ뉴스레터
삶으로 교육하시는 특별한 후원자, 정분옥 할머니
춘곤증이 밀려들어오는 금요일 오후,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우리 정기 소식지를 보시고 동포들을 도울 옷가지들을 모았으니 가져가라는 한 할머니의 전화였습니다.
경기도 용인 수지지역에 사시는 정분옥 할머님(73)은 아드님과 2명의 손주와 함께 살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옷을 보내주시게 되셨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던 중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전과 다름없이 TV를 틀어 기독교 방송을 보며 일을 하던 중 우연히 박세록 장로님이 나온 방송을 보게 되었지요. 20여 년간 북녘동포들을 위해 사역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아직도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셨기에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버는 것 중에 일부는 샘복지재단에 후원도 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님 댁을 직접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할머님께서 모아두신 옷가지들이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옷들이 많더라구. 이중에 괜찮은 옷들은 나도 입기도 하고 그래요. 옷이야 이렇게도 입을 수 있는데 뭘... 불편하지 않아요. 이렇게 아껴서 생기는 돈 모아서 복음 위해서 쓸 수 있는게 얼마나 나에겐 큰 기쁨인지 몰라요. 그리고 스웨터는 전부 풀러서 겨울에 덧버선을 만들어서 필요하신 분들께 전부 나눠드리고 있어요" 본인이 추우셔서 만들기 시작하셨던 스웨터 덧버선을 혼자만 신기에는 미안하셨던지 교회 교역자분들께 때마다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 선물을 받는 모든 분들은 할머니의 이 수고와 정성에 충분히 따뜻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겠지요.
정분옥 할머니는 신촌에 있는 창광교회(당회장 이병규)를 용인에서부터 출석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거기까지 출석하시는지, 출석하시는데 힘드시진 않는지 여쭙자 "여기서 버스타고 미금역까지 나가서 분당선을 타고 선릉에서 2호선을 갈아타 신촌역까지 가지요. 물론 멀긴 하지만 그곳이 집이나 마찬가진데 내 집을 냅두고 어딜 가겠어요. 원래 살던 곳이 이대 근처였어요. 매주마다 목사님 통해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들이 끊이질 않아 그 말씀 붙잡고 사는 은혜로 건강하게 다니고 있답니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교회 성도들과 함께 곤지암에 있는 기도원으로 향하곤 합니다" 요즘 젊은 청년들이 몸이 힘들고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교회, 주일만 섬기는 교회를 찾는 모습과 비교하기엔 너무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할머니를 만났던 이 날 가장 많이 남겨주신 말은 "예수님께서 당하셨던 고난에 비하면 내가 지금 겪는 모든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는 말씀이였습니다. 손주들에게 새옷을 사주진 못하지만 삶으로 절약을 가르치며 복음을 위한 기쁨을 알려주시려는 할머니. 5남매를 길러내시며 길거리에서 이런 저런 장사를 하시느라 무릎이 많이 편찮으신 할머니는 하늘 나라 가는 날까지 주일성수는 '끝까지'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하고 계신답니다. 지금까지 학교를 다시신 적도 없으셔서 맞춤법이 많이 틀리시지만 글은 읽으실 수도 있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방문했던 그 시간에도 할머니는 조카 며느리가 읽으시라고 선물해주었다던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계셨습니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것들을 먹고 건강해지는 것, 그리고 내 아이를 위해 좋은 것을 챙기는 것이 나쁜 일은 결코 아니지만, 정분옥 할머니를 뵙고 난 후 느끼게 된 것은 '하늘의 귀한 일을 위해 내가 당연히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조금씩 내려놓을 줄 아는 삶의 모습이 우리 안에 필요하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의 마음도 이러하지 않았을까요? 그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귀한 만남의 시간이었습니다.
글/사진 김태홍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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