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복지재단 9+10월 소식지 [선샤인 프로젝트]

2008. 1. 3. 12:22뉴스레터

 

왕진가방 1만개 포장, 선샤인 프로젝트

"선한 사마리아인들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온 왕진가방 1만개 포장 작업, 선샤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북한 수해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적기에 필요한 의약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랑의 왕진가방 소식지 5-6월호부터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자원 봉사자 모집을 시작해 전국 각지에서 40여 명이 자원 봉사자로 지원했습니다. 북한 민족을 가슴에 품고 중국 단동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5일 동안 1만개의 왕진가방  포장과 선적 작업을 훌륭하게 마쳤습니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8월 21일 첫째날

아침 10시, 인천공항.

40명의 왕진가방 원정대가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경남 하동에서는 하루 전에 올라와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처음 만나 서먹한 우리, 모든 일에 딱딱 맞는 적임자를 골고루 보내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아직은 모를 때 입니다.

 

중국 다이롄 공항에 도착, 버스에 몸을 싣고 다시 5시간을 달립니다. 어슴푸레 노을이 질 때쯤 도착한 단동복지병원. 반가운 현지 사역자들의 얼굴 뒤로 천장 끝까지 쌓여있는 박스들은 다름 아닌 우리 손을 모두 거쳐 갈 40만개의 의약품과 의료기기들! "피곤할 새도 없다" 게눈 감추듯 밤을 먹고 도착감사예배를 드린 후에 곧장 2층 작업실로 직행, 작업 시작!

 

8월 22일 둘째날

오전 새벽 6시, 파란 단동 하늘을 가르고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오랜 이동과 작업으로 피곤할 만도 한데 속속 예배실에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 오늘도 북한 동포들을 가슴에 품고 작업할 수 있도록 기도로 아침을 엽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너나 할 것 없이 병원 마당에 모인 우리는 남은 9,650개의 왕진가방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국민체조로 몸을 풉니다. "하낫둘, 하낫둘!"

여기는 작업실,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삭막하리만치 모두가 너무너무 빠르게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조금 여유를 부릴라치면 컨베이어 벨트를 연상케 하는 작업실 저쪽에서 "박스-", "감기약-", "빨리 하세요!" 난리가 납니다. 이제 점점 작업이 손에 익어갑니다.

그런데 큰일입니다. 오전, 오후 8시간동안 약 3,000개밖에 포장하지 못한 겁니다. 어떻게든 내일까지 포장작업을 완료해야, 모레 트럭에 싣고 북한으로 보낼 수 있는데···. 분주한 마음에 야간 작업까지 불사하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야참으로 시원한 수박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아실랑가 모르겠네-

 

8월 23일 셋째날

"오늘은 끝내야 한다!" 이틀 동안 빛의 속도로 작업했떤 여파가 이제 오기 시작합니다. 손목, 허리, 어깨에 파스를 안 붙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파스 냄새가 진동하고 박스 접는 사람들의 손가락은 한결 같이 베이고 찢어져 밴드를 칭칭 감고 있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오전 4시간동안 무려 3천개 완료! 이제 슬슬 작업이 손에 익었나 봅니다. 어제 오전에 1천5백 개를 포장했던 것과는 두배나 실적이 좋으니까요. "끝낼 수 있겠다!" 희망찬 기대가 가득한 작업실에는 지친 서로를 격려하는 말이 오갑니다. 이젠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손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니까 서로를 쳐다보면서 농담도 하고 노래도 부릅니다.

밤 10시가 약간 넘은 시각, "오케이~ 만개!!" 박스 갯수를 세던 봉사자의 고함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옵니다. "우와아아아!!~" 단동 복지병원은 환호와 축제 분위기. 고생한 손을 부여잡고 서로를 얼싸안고 축하와 격려를 합니다. 정말 완벽한 호흡이었습니다. 어찌나 역할마다 적임자를 보내주셨는지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정말 놀랍습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 북한 형제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자원 봉사자들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없습니다.

 

8월 24일 넷째날

왕진가방을 사수하라! 가슴까지 시원해지던 단동의 파란 하늘에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후둑후둑 큼지막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트럭에 적재하기 위해 병원 마당에 쌓아둔 왕진가방 박스에 모두가 달라들어 비닐을 씌우기 시작합니다. 한 봉사자의 기도가 들려옵니다. "제발 비 안 오게 해주세요. 다 젖어요."

트럭이 도착합니다. 초대형 트럭 2대. 1대당 2천5백 박스를 실어 먼저 5천 박스를 단동역으로 보내고, 다시 돌아와 나머지 5천 박스를 실어간답니다. 경남 하동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봉사자의 지휘 아래 키가 닿지 않는 높은 곳까지 8단으로 차곡차곡 박스를 싣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셨는지 좀 전까지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어쩐일인지 내리지 않네요. 모두 달라붙어 박스를 싣는 모습을 병원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개미 떼 같습니다.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개미 떼.

완전히 어둠이 깔린 저녁 9시 39분. 왕진가방을 가득 채운 마지막 트럭이 떠납니다. 들뜬 마음에 모두 소리를 지르는데, 차에 시동이 안 걸리네요. 또 모두가 달라붙어 트럭을 밉니다. 부릉부릉~ 그냥 끝내면 시시할까봐 마지막까지 드라마를 연출하시는 하나님, 역시 멋진 분!

저 멀리 어둠 속으로 트럭이 사라집니다.

 

8월 25일 마지막날

 

마지막 날입니다. 병원을 꽉 채우고 있던 약품 상자들이 없어지니 좀 휑한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동안 쉴 틈이 없이 고생했는데 막상 떠나려니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그동안 죽어라 일하고 , 함께 웃고, 손잡고 기도하고, 부둥켜 울던 서로의 모습이 더욱 애틋해 보입니다. 압록강에 왔습니다. 강 건너 훤히 보이는 저 곳을 우리는 갈 수 없어 바라만 봅니다. 우리가 보내는 왕진가방이 수해를 입은 북한 형제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꼭 귀하게 쓰이기를 기도하면서 손을 흔들어 봅니다. "쫌만 기다리소! 그동안 잘 사이소!" 누군가 크게 소리치는 저 경상도 사투리 안에는 형제를 향한 우리의 가슴 저미는 사랑과 통일에의 염원이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장을 잠시 접어두고 온 사장님, 여름휴가를 얻어 참가한 회사원, 방학의 마지막을 봉사로 장신한 대학생 등 우리 각자의 모습은 참 다양하고 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품은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수해로 고통 받고 있는 그리고 의료 헤택을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북한 동포들이 우리의 손 때가 묻은 왕진가방을 통해 치유받고 살아나는 것. 우리 모두의 바람이자 사랑의 왕진가방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봉사자들의 손으로 직접 포장된 왕진가방 1만개는 28일 중국 단동역을 떠나 29일 평양 서포역에 도착했습니다. 왕진가방은 북한 전역의 5천 개 병원 및 보건소에 2개씩 보급되며, 10월 중 북한을 방문해 왕진가방이 올바로 분배되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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