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복지재단 7+8월 소식지 [왕진가방 속 편지]

2008. 1. 3. 11:35뉴스레터

 

신발 두 짝

 

다리의 골절 이상으로 잔기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이 계십니다. 아저씨는 "다리를 절단해야만 한다."는 의사의 강한 권유도 거부하며 더 이상 소생 할 수 없는 다리 한쪽을 두 다리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나머지 다리 한쪽과 목발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를 아저씨는 세 시간 정도 걸려서 병원엘 다니곤 하십니다.

 

얼마 전 아저씨의 가정에 왕진을 갔습니다. 어저씨 집은 예상했던 대로 어둡고 지저분했습니다. 천장은 모두 뜯겨 위에서 흙들이 스르륵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비바람만 막는다 뿐이지 사람이 살 수 없는, 아니 하루라도 제대로 잠잘 수도 없는 형편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직접 음식을 해서 드신 흔적은 있었지만 정말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먹을 수는 있는 건지···.

아저씨의 다리를 진찰하고는 집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쭉 둘러보다가 한 모퉁이에 아저씨의 목발과 함께 나란히 놓여있는 두 짝의 신발이 저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목발과 신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가슴이 찡하게 울리더군요. 살기 위해서는 다리 한쪽을 절단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쉽게 권했겠지만, 아저씨에게는 그 쓸모없는 다리도 포기할 수 없는 귀한 지체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살릴 수 없는 다리라고 주변에서는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목발 옆에 나란히 놓여 있는 두 짝의 신발을 보면서 아저씨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쓸모없다!"하여 버려야 한다는 그 다리가, 연약하여 불편함만 더 주는 그 다리가, 살아가는 데 아픔과 고통만 만드는 그 다리가, 아저씨에게는 그대로 끝까지 함꼐 하고픈 다리였습니다.

 

아저씨의 연약한 다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약하여 불편함만 주는 그 다리가 우리에게는 바로 '북한 땅'이 아닐까요? 한반도에 아픔과 고통만을 전해주는 것 같은 쓸모없어 보이는 북한땅이지만 나의 귀한 지체의 일부인 것을··· 끝까지 함께 하고픈, 끝까지 함꼐 해야만 하는 나의 몸임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다시 왕진가방을 챙깁니다.

 

-중국 심양사랑병원 담당자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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